글을 읽으시는 분이 여성이라면, 한쪽 가슴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정서적 충격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남성에게 있어서는 거세(castration)과 같다고 이야기를 합니다만, 밖에서 보이지 않는 고환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완성시키는 유방을 비교하기는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남자로써 여성에게 유방의 의미를 완벽히 이해하긴 쉽지 않습니다.

유방절제의 미용적인 문제는 넘어가더라도, 만약 완치를 보장할 수 없는 유방암으로 진단받으시면 어떻겠습니까? 의학의 발달로 암환자도 만성질환자처럼 관리를 받는다고까지 이야기를 합니다만, 암은 여전히 두렵죠. 특히 젊은 나이에 진단받는 암은 악성도가 높고 본인 뿐 아니라 가족과 보는 사람들도 더 괴롭습니다.


"한쪽 가슴으로 사랑하기"

이 책은 유방암에 걸린 젊은 의사의 암 체험 수기입니다. 유방암 중에서도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삼중 음성 유방암으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수술을 받으면서 의사가 아닌 환자로 살았던 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복직을 했지만 여전히 재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네요.

저자인 박경희 선생님은 26세의 나이에 대학병원 내과 전공의 1년차 수련 받던 중 암을 발견했습니다. 우연히 옷을 갈아 입다가 만져진 종괴가 악성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예약된 시간에 검사를 받지 않은 자신의 무심함을 탓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책에는 의사가 아닌 환자로서의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느꼈을 의료진의 무심함, 개선되야할 점, 의료제도의 문제를 환자가 된 의사가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기술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진 환자!) 기술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미 건조하게 병원 문제만 지적되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쪽 가슴이 없는 상태에서 수영을하고 목욕탕을 가고 일상을 즐기고 싶은 유방암 환자들의 바램과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또 책 제목처럼 한쪽 가슴을 절개한 20대 후반의 여성에게 찾아온 사랑 ...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재발을 하지 않을까... 혹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지 않을까 고민하는 연인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파스텔톤의 삽화와 예쁜 색지로 구성되 있는데, 하나 아쉬운 점은 내용이 약간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유방암 환자나 가족이 봤을 때엔 정보가 될 수 있는 소중한 내용들입니다만, 일반인들이 봤을 때엔 유방암 치료법과 부작용에 대한 정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방해가 된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르게 생각한다면 코끗을 짠하게만 해주고 그치는 그저 그렇고 그런 투병 수기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으면서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는 능동적이고 색다른 투병기라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유방암뿐 아니라 암으로 투병하는 모든 분들에게 한권씩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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