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대학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부모들은 유난히 자녀의 키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는 아시아인의 키가 서구의 사람들에 비하면 작은 편이라 그런 것 일 수도 있지만 키에 대한 관심은 사회학적으로 ‘heightism’이라는 학문적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는 키에 근거한 사회적 편견, 차별 등을 의미한다. 

국내의 한 조사에 따르면 소아청소년의 30% 정도에서 키를 크게 해 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여러가지 건강보조식품, 심지어는 약제를 복용하거나 기구 등을 사용한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다. 이들이 희망하는 어른이 되었을 때의 키는 남자의 경우 평균 181cm, 여자의 경우 169cm라고 하니 이는 한국인 성인 중간키보다 무려 6~8cm 큰 것이다.

대개의 희귀질환 환자들은 성인이 되어도 키가 매우 작은 편이다. 그 원인도 무수히 많다. 어떤 질환은 엄마의 태내에 있을 때부터 잘 자라지 않아서 작게 태어난다. 생후에도 또한 따라잡기 성장이 없어서 매우 작게 자라서 부모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드물지만 어떤 희귀질환은 오히려 키가 큰 질환들이 있다. 다음 기회에 다루려 한다. 여하튼 성장(키, 몸무게, 머리둘레)과 발달(운동, 사회성, 인지, 언어 등)이 서로 조화롭게 발달해야 정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몇 종류의 희귀질환은 질환 때문에 키가 못자라는 것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 수 년간 신약이 승인된 세가지 희귀질환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질환이 연골무형성증(achondroplasia)이다.

연골무형성증은 상염색체 우성방식으로 유전되며, 신생아 2만5,000명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한다. 대부분 가족력 없이 발생한다. 아버지의 나이가 증가할수록 발병위험도가 증가한다. 환자의 경우, 향후 성인이 되었을 때 결혼하면 자녀의 50%에서 질환이 발생한다. 연골무형성증은 임신 중기 이후부터 산전초음파 소견 등으로 의심할 수 있다. 출생 시부터 이미 특징적인 소견을 보인다. 큰 머리에 이마가 튀어나와 있고, 코뼈는 낮고 아기의 손가락은 짧고 손가락이 삼지창 모양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길고 좁은 몸통에 짧은 사지(특히 몸통에 가까운 근위부 사지가 불균형적으로 짧음)가 특징적이다. 소아기부터 매우 불균형적인 저신장(최종 성인신장이 남자 131±5.6 cm, 여자 124±5.9 cm)을 나타낸다. 지능은 정상이며, 성인이 되면 임신도 가능하다. 수두증이나 경추척수의 손상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조기 발견하고 잘 관리하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실제 외국에서는 배우로 활약하는 유명한 인사들이 있다. 저신장의 치료로서는 사지의 길이를 늘이는 외과적 수술법이 주로 이용되어 왔으나 2021년도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Vosoritide(VOXZOGO®) 라는 약물이 5세 이상의 성장판이 열려있는 환아에 승인됐다. 2023년도에는 전연령층의 성장기 환아로 확대되어 승인됐다. 이 약물을 주사하면 매년 약 1.6 cm씩 키가 더 자란다고 한다. 이 약물은 신호전달체계의 분자병리학적 원인을 교정시키는데 근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두번째 질환은 X-염색체 연관성 저인산구루병(X-linked hypophosphatemic rickets)이다. 발생빈도는 신생아 2만5,000명당 1명의 빈도로 여겨진다. 원인은 여성의 성염색체 X에 위치하는 PHEX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발생한다. 특징적으로 보인자인 여성도 증상이 발현한다. 이를 X-염색체 우성유전방식을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이 질환은 소변으로 인산이 빠져나가서 혈액 내 인산 농도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신장에서 걸러진 인산의 85% 정도가 혈액으로 다시 재흡수 되어야 하는데 이 재흡수 기전에 유전적인 이상이 있는 것이다. 적절한 인산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구루병이 초래된다. 

소아에서는 성장판 연골에도 무기질 침착이 이루어지지 않아 성장저하나 다리의 변형이 생긴다. 일반적인 비타민D 투여만으로는 구루병이 개선되지 않아서 비타민D 저항성 구루병이라고도 불린다. 출생 직후에는 임상적으로 증상이 뚜렷하지 않지만, 대개 서거나 걷기 시작하면서 체중이 부하되는 연령인 생후 6개월부터 2세 사이에 하지의 변형이 뚜렷해진다. 뒤뚱거리며 걷게 된다. 성인에서는 골연화증과 관련해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골절이 쉽게 생기고 관절염 또는 근육 부착 부위 힘줄이 과도하게 석회화되어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조기에 치아가 소실되고 치주염이 잘 발생한다. 키도 작아져서 치료하지 않는 경우 키가 130~165cm 정도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치료방법은 인산염과 비타민D의 복용이었으나 여러 면에서 unmet need가 많았다. 2018년도에 미국과 유럽에서 Burosumab(Crysvita®)이 새로운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 약물은 생물학적지표(biomarker)의 변화에 근거하여 개발된 희귀약품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환자에서 2023년도부터 요양급여가 승인됐다.

세번째 질환인 저인산효소증(hypophosphatasia)은 유전적인 생화학적 대사장애이다. 근육 대사와 뼈 형성의 과정에 필수적인 효소인 알칼라인 포스파테이스(alkaline phosphatase)의 결핍으로 인해 뼈의 재생 및 무기질화가 되는데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임상증상은 발병시기 및 증상의 경중에 따라 6~7가지 형태로 구분하는데 가장 치명적인 형태는 주산기, 영아기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신생아 10만명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나 조기 발견하면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출생 이후부터 생후 6개월 이전까지 두개골조기유합증, 무기질 감소, 구루병성 늑골, 폐 기능 부전,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합병증, 식욕 부진, 성장 장애, 근긴장 저하가 나타난다. 드물게 비타민 B6 의존성 경련이 동반된다. 대부분 유치(앞니)가 5세 이전에 빠지게 되며, 저신장, 오리걸음, 골격 기형, 뼈의 통증과 골절이 동반된다. 2015년도에 asfotase alfa(STRENSIQ®)라는 효소치료제가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됐다. 국내에서는 2020년도에 요양급여가 일부 환자에서 승인됐다. 이 약제는 결핍된 효소를 대체하는 일종의 효소대체 요법이다. 

앞선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는 모든 희귀의약품들은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고가여서 산정특례적용과 요양급여로 대부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해외에서 신약승인 후 국내에 도입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애가 탈 지경이지만 제한된 재정을 운용해야 하는 국가적인 입장에서는 기존의 경제적인 대체치료법이 있는지, 질환의 심각성이 어떠한지, 환자의 수는 얼마인지 등 임상 현장에서의 미충족 의학적 수요를 파악해서 우선 순위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 개발한 신약을 빨리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이다.

분당차병원 유한욱 교수
분당차병원 유한욱 교수

유한욱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 마운트 시나이병원 유태인 유전학센터에서 연수한 뒤 미국의학유전학전문의를 취득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클리닉 소장을 거쳐 소아청소년병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 대한의학유전학회 이사장, 복지부 선천성기형 및 유전질환 유전체연구센터장, 진흥원 희귀난치병정복사업 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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