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희귀질환 환자들은 성인이 되어도 키가 매우 작은 편이다. 그러나 어떤 희귀질환들은 오히려 키가 큰 질환들이 있다. 키가 크면 좋지, 무슨 걱정이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키 좀 그만 자라게 해달라고 부탁 받을 정도다. 또한 어떤 부모님들은 발달지연이 있는 아이가 몸은 자꾸 커져 돌보기가 어렵다고 하소연 하시기도 한다. 키가 비교적 크게 자라는 질환군을 학문적으로는 과성장증후군(overgrowth syndrome)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신체의 특정 부분(손, 발, 뇌, 편측 사지 등)만 커지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부모들은 유난히 자녀의 키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는 아시아인의 키가 서구의 사람들에 비하면 작은 편이라 그런 것 일 수도 있지만 키에 대한 관심은 사회학적으로 ‘heightism’이라는 학문적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는 키에 근거한 사회적 편견, 차별 등을 의미한다. 국내의 한 조사에 따르면 소아청소년의 30% 정도에서 키를 크게 해 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여러가지 건강보조식품, 심지어는 약제를 복용하거나 기구 등을 사용한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다. 이들이 희망하는 어른이 되었을 때의
소아청소년과 의사 중에서도 내분비 및 대사질환을 전공하는 의사들에게는 아이들의 방학기간이 제일 바쁘다.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이 무슨 병이 그렇게 많아서 병원을 많이 방문하나 의아해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방문 이유는 아이가 너무 작아서라든지, 키를 좀 크게 해 달라든지, 우리 아이가 다 크면 키가 얼마나 될 것 같은지에 대한 것들이다. 그러나 부모의 손에 이끌려 방문하는 아이들이 실제로 저신장(키가 같은 연령, 같은 성별의 아이들 100명 중 3번째 이하)인 경우는 많지 않고 특별한 병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키는 매우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실천하고자하는 새로운 결심을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체중감량과 이를 위한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다. 그러나 일반인들도 대단한 결심과 여간한 실천력을 가지지 않고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가 개발돼 유명인들이 사용해 효과를 보았다고 자랑하고, 약제를 개발한 회사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일도 있었다.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지 외모에 관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리
지난 칼럼에 이어 네번째로 희귀유전질환의 치료전략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전략은 어떻게 보면 기존에 존재하는 약물의 재활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drug repositioning’ 또는 ‘drug repurposing’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말로는 ‘의약품 재포지셔닝’, ‘의약품 재창출’, 또는 ‘의약품 재활용’ 등의 용어로 번역돼 사용되고 있다. 어느 것 하나도 완벽한 단어는 아니지만 여기서는 ‘의약품 재포지셔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이 용어는 기존에 개발되어 사용되던 약
지난 칼럼에 이어 세번째로 희귀유전질환의 치료전략에 관한 이야기 하려 한다. 유전자치료에 관한 내용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당연히 유전자치료가 희귀유전질환에 가장 적합한 전략이라고 여길 것이다. 사실 진료실에서 다양하고 안타까운 희귀유전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부모님들이 제일 먼저 질문하는 내용이 “문제가 있는 유전자를 고칠 방법이 없나요?“ 또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유전자치료가 가능하다던데” 등이다. 그러나 유전자치료 전략이 임상진료에서 환자에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리 단순한 일이
식이요법은 희귀유전질환의 치료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식이요법은 유전질환이 아닌 일반적인 질환들의 관리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면 당뇨병, 만성신부전, 고혈압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환들은 치료약제를 병용해야 하고 식이요법은 부차적일 수 있다. 물론 식이요법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흔한 질환도 있다. 비만이 그 예이다. 물론 최근 효과가 좋은 치료제도 개발돼 식이요법에 큰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은 전망이기도 하지만…. 조금 드문 질환이지만 약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소아의 경련성 질환 일부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대다수의 희귀유전질환들은 특별한 치료방법이나 약제가 없고 약제가 개발되더라도 환자개인이 오롯이 부담하기에는 너무나 고가의 희귀의약품이다. 이에 몇 회에 걸쳐 희귀의약품 개발의 전략들을 구체적으로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적응이 되는 질환과 기전들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다소 무미건조한 현학적인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 이야기는 희귀유전성 대사질환군 중 하나인 리소솜축적질환의 효소대치요법에 대한 것이다. 리소솜축적질환은 일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의과대학 시절에 한번 들어봤을까 말까 한 질환이다. 이 질환군에 속하는 질환들은
희귀질환의 종류는 현재 8,000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최종 진단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는 여러 차세대 유전학적 진단 기법들이 개발돼 빠르게 진단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문제는 진단이 된다 하더라도 치료제가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전체 희귀질환의 3~5%로 보고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95%의 환자는 아직도 치료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질환들은 그냥 관리만 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외국의 보고를 보면 어린이병원 입원환자의 20-30% 가
이미 언급했듯이 유전자 검사의 종류는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된다.산전이나 출생 후에 질병의 진단을 목적으로 하는 검사, 개인의 약물에 대한 반응(부작용, 약용량의 차이)을 알아보기 위해 하는 검사, 질병에 대한 감수성을 알아보기 위한 검사, 개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검사(친자감별, 법의학적 검사), 보인자검사 등 매우 다양하다. 이번에는 보인자검사 중에서 결혼을 앞두거나 임신을 계획하는 건강한 커플을 대상으로 하는 보인자검사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는 치료방법이 없고 병의 경과가 매우 치명적인 질환들을 대상으로
이번에는 유전자검사 중에서 논란이 많은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검사(Direct To Consumer Genetic Testing: DTC-GT)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이해가 어렵거나 또는 과도한 규제로 산업발전을 정부와 의료계가 방해하고 있다는 인상(?)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DTC-GT란 전문적인 의료진의 개입없이 소비자에게 인터넷, 사회적관계망, TV, 잡지,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광고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유전자검사를 제공하는 상업적 유전자 검사들을 지칭한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서 직접 판
신생아 스크리닝검사는 외국에선 이미 1960년대 초에 시작이 됐다. 처음 시작은 희귀 유전질환인 페닐케톤뇨증 등의 유전성 대사질환으로부터였다. 1961년 소아과의사이면서 미생물학자였던 Guthrie 박사는 특정한 아미노산이 있을 때 잘 자라는 특수한 박테리아 균주를 개발했다. 그리고 신생아의 혈흔을 종이(여과지, dried blood spot, DBS)에 묻혀 건조시킨 후 이를 이 특수한 균주가 있는 배지 위에 올려 놓아서 대량의 검체를 스크리닝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물론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역사적인 것으로만 남겨져 있지만, 이
희귀질환의 산전진단은 유전체진단의 영역에서 매우 중요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은 분야이다. 먼저 환자와 그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다음 번 임신에서는 동일한 질환을 가진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미연에 예방하거나 정확하게 정상적인 아기만을 골라 낳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보다 다행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먼저 인지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로는 환자의 정확한 임상적 진단과 유전체 진단결과이다. 둘째로는 동일한 질환이 다음 임신에서 재발할 수 있는 위험도를 평가하는 일이다. 셋째로는 어떠한 산전
지난 ‘떼려야 뗄 수 없는 희귀질환과 유전자검사’에서는 유전체 검사의 종류, 정의, 임상적으로 사용되기 위한 유전체 검사의 조건들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이나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 방법으로 검사를 해서 얻은 결과들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루어 보고자 한다. 한 개의 유전자가 잘못되어 발생하는 단일유전자 질환(single gene disorder)은 약 7,000여종으로, 이들은 거의 희귀질환이다. 약 5,000개에 이르는 유전자들의 이상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유전자를 담고
희귀질환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이 유전자검사에 대한 큰 기대감과 때로는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실망감들이다. 이는 환자는 물론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그러하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이는 아마도 유전자검사를 최첨단의 기술을 이용하는 만능의 요술지팡이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유전자검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물론 매우 많은 희귀질환들이 유전적인 원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최종적인 확진에는 유전자검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학문적으로나 법적으로 정의되어
현대의학은 환자의 치료 및 관리에 있어서 건강관련 삶의 질((HRQoL: Health related quality of life)과 환자 자신의 평가 보고(Patient reported outcome: PRO)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 희귀질환의 임상시험에서도 치료 및 중재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임상 평가 변수의 하나로 사용하기도 한다. 진료현장에서는 다양한 목적으로 이 지표들을 전자의무기록에 통합하려는 추세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제공하는 삶의 질 간편형 척도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영역을 평가한다. 1)신체적 건강 영역: 통증과 불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1970년대초 100만명이던 신생아 수는 2021년 1/4토막 난 26만명이다. 지난 40~50년간 신생아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하지만 이런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전혀 없다. 오히려 15~49세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마저 매년 감소하여 올해는 0.7명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수년간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이다.더욱이 이에 영민한(?)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 지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드물다는 의미일 것이다. 영어로는 ‘Orphan disease’라고 한다.‘Orphan’은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단순히 부모를 잃은 고아를 의미한다. 이 단어는 원래 그리스어 ‘Orphanos’에서 유래했고 부모가 없는 아이 또는 아이가 없는 부모를 의미했다. 그러나 세월을 거치며 이 단어는 여러 은유적인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예를 들면 가난, 자유를 박탈당하 작업장의 노예, 양념이 되지 않은 음식, 더 이상 차모델이 생산되지 않는 차종 등등. 즉, ‘Orphan disease’는 드물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시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