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학회 양광익 회장 "청소년·화물차 운전자 등 수면건강 취약"
'수면건강선언문' 발표…"질 좋은 수면 평등하게 보장돼야"

행복한 신혼생활에 부러울 것 없던 현수와 수진. 어느 날부터 옆에 잠든 남편 현수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그날 이후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 하지만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 매일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 때문에 현수도, 수진도 잠들지 못하는 날이 늘어만 갔다. 치료도 받아보지만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은 점점 더 위험해져 가고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갖은 노력을 다해보는데….

고 이선균, 정유미 배우가 주연한 영화 ‘잠’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잠은 렘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한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수면이 개인을 넘어 가족 전 구성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3월 15일은 세계수면학회가 수면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수면장애의 예방 및 치료로 수면질환과 관련된 사회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제정한 ‘수면의 날’이다.

세계수면학회는 매년 3월 춘분(春分)이 있는 주의 금요일을 수면의 날로 제정하고 2008년부터 기념하고 있다. 올해의 슬로건은 ‘Sleep Equity for Global Health’(글로벌헬스를 위한 수면평등보장)으로 대한수면학회는 '모두가 잘 자는 건강한 사회'라는 주제로 수면과 관련된 의료·교육·사회적 문제 등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에 올해부터 대한수면학회를 이끌고 있는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 양광익 회장을 만나 질 좋은 수면의 중요성, 모두가 잘 자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들, 이를 위해 수면학회가 계획하고 있는 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대한수면학회 양광익 회장
대한수면학회 양광익 회장

-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수면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수면은 생명 유지와 건강한 삶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수면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는 개인의 신체, 정신 건강의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그로 인한 고통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개인, 사회공동체, 국가 수준에서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수면장애는 병태생리학으로 인식돼야 하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 수면장애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을 말하나. 

수면장애란 불면증, 폐쇄수면무호흡을 포함한 다양한 수면호흡장애, 아침형 및 저녁형인간 같은 일주기리듬장애, 기면병을 포함한 중추수면과다질환, 하지불안증후군과 같은 수면관련운동장애, 렘수면행동장애 등 여러 수면과 관련된 여러 질환을 통칭하는 말이다. 

수면 장애의 대표적인 게 불면증이다. 불면증이 있는 경우 잠이 들기 어렵거나 유지가 잘 안 되고 또 금방 깨서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수면 관련 호흡장애가 있다. 수면 중에 코를 골게 되고 수면무호흡이 야기되는 경우다. 

그 다음이 주간졸림과다, 즉 기면병이다. 이외에도 일주기 리듬 장애가 있다. 교대근무자들에게 흔히 발생한다. 세상의 시간은 똑같은데 자신의 생활 패턴에 따라서 수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도 많다. 낮에 졸립고 밤에 말똥말똥해지고, 꿈대로 행동하는 램수면행동장애도 있다. 수면 중에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최근 이선균 씨가 연기한 잠이라는 영화가 개봉된 바 있다. 

- 장애 요인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다를 것 같다. 대부분 약물로 치료하게 되는지. 

이상행동장애라든지 일주기 리듬장애의 경우 멜라토닌과 같은 약물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불면증의 경우에도 수면제를 쓸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CBT 인지행동 치료다. 수면무호흡 같은 경우에도 약물보다는 양압기나 구강장치 등을 활용한다. 따라서 전문가를 찾아 정확하게 진단을 받고 상태에 따라 약물과 인지행동치료, 수면치료기기 등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 수면은 수면시간도 중요하지만 수면의 질도 중요할 것 같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은 어떤 게 있나. 또한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나.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피로하거나 개운하지 않고 낮에 지나치게 졸려 그로 인해일상생활 수행능력이 저하된다면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 수면장애가 있을 수 있으니 우선 진단을 받는 게 좋다.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규칙적인 수면위생을 유지해야 한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동은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침실에서 음식을 섭취하거나 컴퓨터 등을 하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것들은 뇌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뇌 활성을 증가시켜 숙면을 방해하며 그 날 습득했던 중요한 지식 저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 외 너무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술이나 담배, 커피, 차, 콜라, 코코아, 초콜렛 같은 음식은 피하고 식사의 경우에도 잠자기 4시간 전에는 끝내는 게 좋다. 탄수화물이 함유된 우유, 요구르트, 크래커는 수면을 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규칙적인 운동은 도움이 되나 불면이 있다면 취침 4시간 이내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 3월 15일은 세계수면의 날이다. 매년 슬로건을 정하는 것 같은데 올해의 주제는 무엇이며, 어떤의미에서 정해진 것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세계수면학회가 정한 올해의 슬로건은 ‘Sleep Equity for Global Health(글로벌헬스를 위한 수면평등보장)이다. 수면은 생명 유지와 건강한 삶에 필수적이며, 신체와 정신 건강의 기반이 되는 생리현상으로 ‘충분하고 질 좋은 수면은 인간의 기본 권리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세계수면학회에서 올해의 테마로 정했다.

사실, 인류는 지난 50년간 의학을 포함한 과학 및 사회, 경제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뤄왔다.하지만, 수면은 생명 유지와 건강한 삶을 위한 중요한 생물학적인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인간의 평균수면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대인의 삶은 야간근무 시간이 늘어나거나 교대근무 형태가 늘고 원거리 출퇴근 시간이 많이 드는 등 과거에 비해 양적, 질적으로 좋지 못한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우리나라 소아-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은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만성수면부족 상태다. 이런 듯 현대인들에게서는 직업, 연령, 성별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수면 시간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까닭에 세계수면학회가 인간의 기본 권리로서 수면 평등권을 테마로 정하여 수면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한 게 아닐까 한다.  

- 최근 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이 개발한 솜즈라는 디지털치료기기가 처음으로 불면증 환자에게 처방이 됐다. 수면 분야의 경우 디지털치료기기의 활용폭이 넓어보이는데 얼마나 활성화가 될 수 있을지, 자리를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첫째, 많은 의사가 사용 가능해야 한다. 그리해야 많은 환자들이 치료기기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정신과 의사로 한정 지었던 것이 신의료기술 재평가를 통해 진료과 제한이 지금은 없어진 상태이지만 각 의료기관의 EMR과 연동이 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의료진으로 하여금 환자의 피드백, 사용경험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처방확대가 이루어지는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둘째, 근본적으로 디지탈치료기기의 활성화는 비대면 진료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비대면 진료의 활성화 여부 및 구축의 정도에 따라 디지털 치료기기가 개발되고 또 정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면서 고유의 치료효과가 입증되어야 한다. 즉, 기존의 약물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특장점이 부각돼야 한다. 예를 들면 '불면증 치료를 서서히 접근해가면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가능하다면 약물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특장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크게 살펴보면 이러한 부분들이 시장 형성에 중요한 키포인트로 작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 올해부터 수면학회를 이끌게 되었는데 학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수면학회는 기초과학, 내과, 소아과, 신경과, 심리학, 이비인후과, 정신과, 치과 등 여러 분야의 전공자들이 참여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면관련 다학제 학회다. 지난 20여년 동안 해마다 정기적인 자학술지인 ‘Sleep Medicine Research’ 논문 발행을 통한 연구 활동, 학술대회를 통한 우리나라 수면의학 발전 뿐 만 아니라 국내외 수면의학분야 석학들과의 교류, 교육강좌 및 워크샵을 통해 수준 높은 수면장애 진단 및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회원들의 교육,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고취를 위한 대국민 홍보 등 다양한 활동들을 꾸준히 해왔다.

- 임기 동안 하고자 사업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올해의 슬로건처럼 건강을 위한 수면평등 보장, 모두가 잘 자는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청소년들이 평등한 수면을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 인식을 고취하고. 이외 화물자동차 운전자들이나 교대근무자, 육아 등에 지친 여성들의 수면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특히 2018년부터 수면무호흡, 기면병 진단을 목적으로 수면다원검사에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됐는데 렘수면행동장애를 포함한 수면중 이상행동장애는 야간뇌전증발작과 감별이 필요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수면장애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의 불평등이 아닐런지. 이에 학회에서는 좀 더 다양한 수면장애가 형평성 있게 수면다원검사 건강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사진들 및 회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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