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환자, 스트레스 낮을 때 비해 아주 높을 때 재발률 84% 달해
4기 대장암일 때 스트레스 극심하면 대장암 재발률 153%로 치솟아
암 환자 '지금 스트레스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 먼저 인정해야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비롯해 멘토링프로그램·종교활동도 도움돼
암 진단 뒤 스트레스에 적극 대처해야 암 치료성적 향상될 수 있어

대장암 진단 직후 나쁜 스트레스인 '디스트레스(Distress)'가 심할수록 대장암 재발 위험이 더 높다는 상식이 연구를 통해 증명되면서 대장암 환자의 스트레스관리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대장암 진단 직후 나쁜 스트레스인 '디스트레스(Distress)'가 심할수록 대장암 재발 위험이 더 높다는 상식이 연구를 통해 증명되면서 대장암 환자의 스트레스관리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대장암 진단 직후 나쁜 스트레스인 '디스트레스(Distress)'가 심할수록 대장암 재발 위험이 더 높다는 상식이 연구를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서 대장암 환자의 스트레스관리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4기 대장암은 병의 상태가 더 심각하고 치료 기간도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스트레스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김희철 교수는 유튜브 채널 '삼성서울병원'에서 많은 대장암 환자들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환자 혹은 우울한 환자, 불행함을 느끼는 환자들이 잘 치료받지 못하고 암 치료 성적도 나쁘지 않나 해서 시작한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가 단순하게 정서적 문제 뿐만 아니라 암에도 직접적으로 재발과 사망에도 기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014년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대장암으로 진단받고 수술을 받은 환자 1,362명을 대상으로 처음 진단했을 때의 디스트레스 정도와 대장암의 생존율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 점수가 4점 이상인 환자가 76%였다. 약 60%의 환자는 굉장히 높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특히 약 15%의 환자는 정말 높은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김희철 교수는 "놀랍게도 조금 높은 스트레스를 가진 환자들은 재발률이 30%가량 높았고, 스트레스가 아주 많다고 말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서 재발률이 84%, 거의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4기의 경우는 스트레스가 낮은 사람보다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사람의 경우에는 거의 153%, 거의 2배 반이 넘게 재발을 한다"고 심각성을 짚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 상태일 때, 암 재발 위험이 이처럼 치솟는 것일까? 이번 연구에서는 미국 종합암네트워크에서 개발한 디스트레스 온도계(0~10점 척도)와 체크리스트를 이용했다. 암환자들이 스스로 오늘을 포함해 적어도 일주일을 경험했을 때 받는 통합적인 스트레스를 평가해 점수로 매겼고, 스트레스가 있는 경우 문제 항목을 체크하게 했다. 

디스트레스 온도계에서 4점 미만은 스트레스가 별로 없는 그룹, 4~7점은 스트레스가 조금 높은 그룹, 8점 이상은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그룹으로 분류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장 조주희 교수는 "4점 이상부터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한데 6점 이상이면 잠을 자는 게 불편하고, 8점의 경우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암환자에게 스트레스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김 교수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있지 않지만 다양한 가설이 있다. 일단 스트레스 자체가 우리 몸의 여러가지 호르몬이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줘서 암이 자라는 걸 도와준다는 설이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항암치료를 끝까지 못하거나 수술하고 나서 잘 회복하지 못해 재발이 많아지는 이유도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이 나빠져서 재발이 늘어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대장암 4기 환자에게 디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김희철 교수는 "암 전이가 된 경우를 4기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심적인 갈등도 많을 것이고, 암증상이 많은 경우도 상대적으로 많다. 치료가 더 많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어떻게 보면 스트레스 관리를 제일 많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4기면 항암치료도 받고 수술도 받고 방사선치료도 받아야 하는데, 이것을 잘 따라오려면 건강한 신체도 필요하지만 건강한 마음도 필요하다"며 "병이 심할수록, 증상이 심할수록 스트레스가 클 것이고 반대로 이런 사람들이 더 치료가 많아져야 되니 의사, 가족들이 더더욱 환자의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 서로 간의 마음 건강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암 진단이라는 생애 최대의 위기를 맞은 암 환자 대부분이 마음 건강에 대한 신경을 쓸 틈이 없고, 실제 마음 건강에 대해 암 환자를 비롯해 가족, 의료진 모두가 간과하는 현실이다. 조주희 교수는 "상담 등을 통해서 디스트레스가 조절될 수 있다"며 "이것을 알려드리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며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디스트레스 관리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조 교수는 "과거에 내가 마음이 힘들었을 때, 예를 들면 남편이 속을 썩였을 수도 있고 입시의 실패일 수도 있고 여러가지 사건이 있을 수 있는데, 그랬을 때 나에게 도움이 됐던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라며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찾기'를 제시했다. 

조주희 교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수다를 떨거나, 차분하게 명상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여행을 가거나 마음이 안정되는 방법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이어 "암이라는 병에 걸렸다고 해서 침대나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가급적 가능한 일상생활을 하는 게 굉장히 좋다"며 "적당한 운동, 특히 걷기 운동 등은 좀 더 활력을 높여주고 신체적인 컨디션도 좋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글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조 교수는 "나의 마음의 상태 혹은 내 생각과 감정을 일기나 메모로 적어보는 것이 좋다. 내가 느끼는 것을 적어 봄으로써 조금 나를 안정시키고, 또 이것들을 남에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주희 교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해'하는 생각이 들 때는 나와 비슷한 질환이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환우프로그램이나 멘토링프로그램 등을 찾아 참여해보는 것도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며 "종교적으로 많이 의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 정도를 체크하는 것이 암 환자가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이다. 스트레스를 체크하고 이를 옆에 있는 가족이나 지금 병을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한테 알려 도움을 청하는 것이 스트레스관리의 첫번째 단계이며, '내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제대로 스트레스관리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희철 교수는 "받아들이는 마음일 때 의료진이나 가족들이 도와줄 수 있다"며 "내가 지금 슬픈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치료도 무사히 받고, 심지어 재발도 줄일 수 있다"며 암 진단 직후 스트레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암 치료성적 향상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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