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암센터 주최 '암 희망 수기 공모전' 출품작

20년 전 연 10만여명이던 암 환자들이 현재 25만명에 이를 정도로 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암 환자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암은 이제는 예방도 가능하고 조기에 진단되고 적절히 치료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완치도 가능한 질환이 됐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에서는 암을 이겨내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통해 다른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나의 투병 스토리> 코너를 마련했다. 이번 이야기는 광주전남지역암센터와 화순전남대병원이 공모한 암 환자들의 투병과 극복과정을 담은 수기 가운데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암 치료와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이야기들이다.

10년 동안 3번의 암 수술. 바로 저희 아버지 이야기입니다.

남들은 잘 걸리지도 않는다던 암에, 그것도 각각 다른 부위로 3번씩이나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아버지는 묵묵히 그 10년의 기간을 이겨내고 지금은 또 다른 미래를 꿈꾸고 계십니다.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것은 2011년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평소에 식사도 잘하시고, 등산을 가서도 항상 가장 앞장에서 산에 올라가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나쁜 친구가 찾아왔고, 건강검진을 받는 도중에 위에 종양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술을 즐겨 드시는 것과 제가 어렸을 때부터 여러 사업의 실패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원인이었을까요? 제 가족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암에 걸릴 것으로 생각도 못 했던 터라 들어 놓은 암보험도 없었고 아버지가 일하시면서 벌어 놓은 돈을 저축해 놓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아버지도 처음에는 매우 힘들어 하시다가 어렵게 수술을 결심하셨고, 그렇게 첫 번째 암과의 이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수술 이후 부쩍 약해지신 몸으로 원래 하셨던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아버지는 치료에 전념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참 강한 분이었습니다. 가족들에게 힘든 시간을 선물하게 되어 당신이 제일 힘들어했을 법도 한데요, 스스로 마음을 굳게 먹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늘리고, 가족들을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일을 나가셨고,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에 아버지는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버지는 작년부터 광주에 있는 병원에서 근무하시게 되었고, 마침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기회가 있어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크게 고민하고 걱정하지 않았던 건강검진이었지만 아버지의 폐에는 또 다른 암세포들이 자라나고 있었고, 그렇게 우리 가족은 두 번째 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몸속에 암세포가 있다는 것을 듣고 아버지는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왜 계속 본인에게 안 좋은 일들이 생겨나는 것인지, 이제 아들 둘 장가보내고 어머니와 단란하게 사시려는 마음도 컸을 텐데 또다시 마주한 암세포들 때문에 아버지의 꿈은 또다시 물거품이 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결심은 빨랐습니다. 암 수술을 빠르게 진행하고 싶다는 의지로 병원에 이야기하셨고 결국 암 진단을 받았는 지 1달이 조금 넘어 바로 수술 날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수술을 기다리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두 분은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천천히 준비해가셨고, 결국 올해 4월에 2번째 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고맙게도 아버지의 수술 소식을 듣고 제 직장 동료들과 주변 지인들은 아버지 수술비 모금을 해주었습니다. 지난번에 수술비와 치료비 등이 준비되지 않아 걱정했던 우리 가족들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기억해주고 고맙게도 수백만 원의 목돈을 모금해 준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저의 아버지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는 고마운 이야기와 함께 아버지에게 문자 연락을 드려 힘내시고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응원 덕분일까요? 아버지는 빠르게 회복해 나가셨고, 다니던 직장도 1달 이후에 바로 다시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동이 많거나 빠르게 움직이면 숨이 차고 기침을 하였지만, 아버지는 조금씩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버지는 또다시 병원에 계십니다.

두 번째 암 진단 당시 대장 쪽에도 종양이 보인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조직검사를 진행했고, 5개월 만에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도 매우 힘드셨는지 어머니와 함께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을 했다고 나중에 어머니께 듣기도 했습니다. 왜 당신에게만 이런 안 좋은 일들만 일어나는지 너무 서럽고 괴로우셨나 봅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수술실에 들어갈 때까지 저에게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얼른 수술받고 건강해지고 싶다는 말씀만 하셨고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2021년 9월 27일에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아직 회복 중인 아버지와 통화도 제대로 안 해봤지만, 누구보다 강한 아버지라는 것을 모르지 않기에, 이번에도 잘 극복하시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족들 모두가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면서 아버지가 빠르게 회복되시기만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아버지의 꿈은 법관이셨습니다. 비록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꿈을 접으셔야 했지만, 아버지는 직장에 다니시면서도 평생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아버지가 꿈꾸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건강을 되찾고, 아들과 며느리, 손주들과 여행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구경도 하고. 그것이 아버지가 바라고 원하는 것 아닐까요. 그날이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병원에 계신 아버지가 힘내서 잘 극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아버지가 바라고 원하는 꿈을 꼭 이뤄드리겠다는 다짐을 가져봅니다. 

아버지, 긴 시간 너무 고생 많으셨죠? 이제는 더 건강해진 몸으로 가족들과 더 즐겁게 살아가요. 가고 싶었던 여행도 가고, 손주들과 놀러도 가고요. 아버지 한 번도 직접 이야기해 드린 적은 없지만 정말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이제 우리 아프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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