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암센터 주최 '암 희망 수기 공모전' 출품작

20년 전 연 10만여명이던 암 환자들이 현재 25만명에 이를 정도로 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암 환자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암은 이제는 예방도 가능하고 조기에 진단되고 적절히 치료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완치도 가능한 질환이 됐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에서는 암을 이겨내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통해 다른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나의 투병 스토리> 코너를 마련했다. 이번 이야기는 광주전남지역암센터와 화순전남대병원이 공모한 암 환자들의 투병과 극복과정을 담은 수기 가운데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암 치료와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이야기들이다.

직장에서 물러난 지 어언 20년이 훌쩍 넘었다.

매월 만나는 퇴직자 모임, 그날도 여전히 만나서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모이면 그동안의 안부와 생활담은 물론 사회, 정치, 건강 등 각종 정보를 나누는 장이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H”라는 친구가 소변볼 때 이상하다 싶어 검진해보니 전립선암이라 하여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 빨리 발견해 항암치료까지는 가지 않았다며 다들 미리 검사해보라는 경고다. 즉 근래 전립선암을 걸리는 비율이 70세면 70%, 80세면 80%라고 꼭 해보라는 신신당부였다. 너나없이 놀란 표정에 신중히 들었지만, 나는 아무리 내 나이에 70%라 해도 멀쩡한 상태에서 그렇게 자기 건강을 못 믿으면 되겠냐는 식으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고 말았다. 즉 내 건강에는 내가 알아서 판단, 자신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 몇 달이 지난 한여름 모임 때다. 한창 젊은 여성들의 “미투” 운동을 비유해 돌림병도 스스로 막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나눠 먹은 떡이냐 뺏어 먹은 떡이냐는 등 잡다한 농담으로 웃음판이 극을 이루고 있을 때다. 느닷없이 누가 또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일명 “명 박사”였다. 성이 명 씨이며 무엇이든지 잘하고 일등 수준이기에 항상 “명 박사”라고 일컫는 친구다. 갑자기 발발한 췌장암에 진도가 너무 빨라 4기 수준이라며 수술도 못 해 항암 중이라고 한다. 당년 1월에 건강검진을 받을 때도 특이사항이 없다는 결과에 만족했다고 한다. 특수 암에 대하여 추가신청을 해서 정밀 추적을 해야 했다는 아쉬움을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가신청을 한다는 것은 돈이 들고 더구나 아무 이상이 없는 마당에 그 누군들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은가. 말은 않아도 심각한 수준임이 틀림없다. 갑자기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나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철렁 무너질 듯싶었다.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테니스와 탁구 등 운동에도 선수급인 그였다. 내 다리통보다 더 퉁퉁한 팔뚝 하나만 봐도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건강한 체격에다 나이도 두 살이나 어린 명 박사가 아닌가. 또 수시로 몸 챙긴답시고 땀 흘리며 들로 산으로 싸다니는 그다. 특히 자기 건강에 대한 주의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그런데도 그가 암에 걸렸다니, 정말 나는 섬뜩한 느낌과 더불어 내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다. 

방심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바로 미루고 미뤄왔던 국민건강검진부터 받았다. 췌장암도 알아보고 전립선암을 우선으로 하여 추가 검진도 받았다. 18,000원만 더 내면 혈액검사에 의해 전립선특이항원(PSA)이라는 수치로 쉽게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PSA 수치가 보통 4.0ng/ml 이상이면 위험 수준인데 검사를 받고 보니 거의 10.0ng/ml에 가깝다는 결과였다. 깜짝 놀랐다. 아무리 악종이라지만 날도둑도 아니고 난데없이 나타나 이렇게 사람을 당황스럽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의사는 의심만 될 뿐 더 정밀 추적을 해봐야 한다며 조직 검사를 하라는 권고에 바로 추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조직 검사 결과는 설마가 사실로 드러나 버렸다.

며칠 사이에 암 환자라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믿기지 않지만 암 덩어리가 이미 내 몸에 존재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당장 떼어내야겠다는 마음에 하루가 급했다. 지인 등 여러 사람에게 이것저것 알아보고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서 2018년 10월 5일 입원 수술을 받았다. 주치의인 “J” 교수는 수술이 아주 깨끗하게 잘됐다며 암 진도가 2기에서 3기로 넘어가는 수준이라고 했다. 다소 안심은 되지만, 금세 3기를 넘나들다니, 정작 중요한 것을 외면하고 유유자적 헛살았다는 자책뿐이다.

도대체 암이란 게 뭘까?

삶을 두렵게 하고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는 잔인한 존재(적)를 알아야 했다. 관련 책자와 인터넷을 뒤졌다. 친구 모임 때는 건강관리를 첫째 화두로 삼아 이에 대한 상식과 정보를 얻었다. 암(전립선) 환자 끼리끼리 고통도 나누며 헤쳐 가는 길을 찾았다. TV에서도 암에 대한 정보라면 놓치지 않았다. 

비로소 암을 예방하고 이겨낼 수 있는 길은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적당한 운동이 최우선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여 짠 음식과 동물성 등 지방질을 거의 안 먹는 대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늘렸다. 아울러 적정량의 비타민도 충분한 섬유질 음식도 수시로 챙겨 먹었다. 매일 땀 흘려 운동은 물론 충분한 수면에 햇빛 쬐기도 하나의 과제로 삼았다. 이런 등등의 일들을 일상화하고 식습관을 바꾸면서 별 탈 없이 치료는 계속 받아왔다. 

지금은 6개월에 한 번 통원 치료 중이지만, 3년이 가까워도 야간 다뇨증(3~4번)과 새벽이면 아랫배가 묵직하게 불쾌하여 올해 8월 9일 CT 촬영도 해봤다. 그 결과 PSA 수치나 방광 등 의심될만한 소견이 없다는 판정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상태다.

평소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며 앞으로는 돈을 따지지 않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작정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지금은 암이 두렵지 않은 든든한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 즉 얼마든지 이길 수 있고 방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더구나 의사 처방에 따라 늘그막에 불가할 줄로만 알았던 남성으로서의 위세도 부릴 수 있기에, 수술 이전의 완전 회복을 누리고 있는 인생 제2막이 연출되는 즐거운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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